백종옥님(前 국정원 차장) / 디지털패권 시대, 과학기술 중심의 선진정보기관 구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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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4-14 16:35 조회1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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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패권 시대, 정보기관의 과학기술 역량이 핵심 경쟁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날, 디지털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특히 정보기관의 역할은 점점 더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술 환경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 안보와 국익을 위한 정보력의 핵심은 ‘데이터’와 ‘기술’이며, 이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정보기관의 근본 역량이자 무기가 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이미 과학기술 없이는 국가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행정, 산업, 개인의 삶 전반이 과학기술과 얽혀 있으며,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은 국가안보와 국가경제의 정의 자체를 바꾸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보기관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과학기술 기반의 정밀 분석력과 위협 예측 능력, 그리고 기술적 방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경쟁국의 정보 탈취와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수집·분석하여 전략적 판단을 제시하는 종합 정보 역량은 곧 국가 생존의 열쇠이다.
이를 위해 정보기관이 갖춰야 할 주요 기술 역량은 폭넓고 다양하나 간단히 예를 들어 열거해 본다면,
△사이버 정보전 능력 : 해킹, 사이버테러, 가짜뉴스, 인지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수집 및 방어 기술.
△AI·빅데이터 기반 분석 체계 :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위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양자기술 대응력 : 양자컴퓨터 시대의 암호체계 무력화에 대비한 양자 암호통신 기술과 양자내성암호 확보,
△감시·정찰 플랫폼 기술 : 위성, 드론, IoT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다영역 감시·정찰 체계 구축 등을 말할 수 있다.
2. 선진국 정보기관의 과학기술 역량 확보 사례
과학기술은 단순한 도입을 넘어서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내재화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미국, 이스라엘, 영국 등 선진 정보기관들은 민간 기술을 단순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내재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다.
미국 CIA – In-Q-Tel : CIA는 자회사 형태의 벤처캐피털 In-Q-Tel을 통해 민간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보안,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정보기관 맞춤형으로 선점하고 있으며, 이는 CIA가 기술 발전 방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함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 Unit 8200 : 이스라엘 군 정보부대인 Unit 8200는 사이버전, 신호정보, AI 기반 감청을 수행한다. 특히 퇴역한 기술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군에서 개발된 기술력을 민간에 확산시키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영국 GCHQ – NCSC : 영국은 자국 기술 자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민간 협업 체계를 통해 자체 과학정보 및 암호기술 등을 개발하고, 국산 하드웨어와 백도어 없는 보안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다. 이처럼 독자 기술 확보와 기술 주권 강화, 정보기관과 우수기술 인력 간의 순환 생태계 구축은 선진 정보기관의 공통 전략이라 할 수 있다.
3.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한계와 개선 방향
우리나라는 국가정보원이 2000년 ‘국가보안기술연구소(국보연)’를 설립하여 국가용 암호 개발, 사이버안보, 과학정보 등 국가안보 관련 기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보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부설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가안보 차원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예산과 인력 수급 등이 제한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관리 체계의 이원화 : 국정원(사업 관리)과 과기정통부(조직 운영) 사이에 역할이 분산되어, 국가안보 목적의 기술 연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예산·인력 확보의 제약 : 과학기술이사회 소속의 여타 연구기관과 동일 기준 적용과 형평성을 고려하다 보니, 전략 기술 확보를 위한 신속한 고급 인력 채용이나 예산 확충이 제대로 수반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보 중심 전략 부재 : 국가적 위기 대응이나 미래 안보 기술을 위한 장기적 연구 수행이 어렵다.
이러한 체계 상황에서는 변화하는 정보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력 강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4.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가정보원 산하에 ‘국가안보기술연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국보연을 이관하고, 국가안보에 특화된 기술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요구 분야 | 기대 효과 |
전담 연구조직 확보 | 기술 주권을 위한 전략기술 개발 및 정보기관 중심의 기술 연구 수행 가능 |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 |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한 기술의 도입과 전개가 민첩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 |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 |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정보기관의 기술 자립성 강화 |
기술 인재 육성과 생태계 형성 | 민간과 정보기관 간 인재 순환 시스템 형성 및 미래 인재 확보 기반 마련 |
현재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법’은 정부부처 의견 수렴을 거쳐, 국회 정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이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패권 시대에서 정보력은 단순한 조직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기반한 정보역량에서 결정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독자 기술 확보를 통해 정보기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에 맞는 체계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가안보기술연구원’ 설립은 단순한 기관의 신설이 아닌, 우리나라의 기술주권과 정보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가안보와 경제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과학기술 중심의 정보기관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수한 기술은 결국 우수한 인재가 만든다. 그리고 그 인재가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선진 정보기관’이다. 디지털패권 경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지금이 바로 그 도약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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