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님[前대통령 소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사)더좋은나라전략포럼 간사장] / 2025년, 한국 정치인의 경력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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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4-22 20:21 조회1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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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장미, 이제는 피어날 시간>
2025년 대한민국. 우리는 여전히 세계 속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나라로 기억된다. 한강의 기적을 지나 반도체, 조선, 자동차, 인공지능, K-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앞세워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눈부신 외적 성장과는 달리,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그늘 속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런던타임스가 남긴 이 아픈 말은 20세기 초반의 평가였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가슴을 찌른다.
정치인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의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신뢰가 흔들리는, 곧 국가 존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가?>
2021년, UNCTAD는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고, 전 세계는 한국의 성취를 찬양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아직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꾸지 못하고, 정치인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한국에서 정치인은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 1위다. 현재 22대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 대부분은 관료, 언론, 정치, 법조, 노동, 기업인 출신이 많다. 이들은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지녔지만 국민이 바라는 ‘진심’과 ‘희망’은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들의 이력은 국회 담장 안에 갇혀 있을 뿐,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사회에 경력관리이론인 ’Career management driver seat model, 2016년’을 저서와 발표[(사)한국취업진로학회 – 삼성경제연구소 공동세미나]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제시한 바 있다. 이때 진로구성의 4요소, 경력관리의 4요소, 직장인의 3요소, 경력관리와 경험관리의 개념, 경력과 경험의 개념, 경력단절과 경험단절의 개념을 최초로 설명했다.
이번 글은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직장인의 3요소(직장, 일, 사람)’를 통해 정치인의 경력관리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1. 정치인도 결국 직장 속에 있는 직장인
정치인은 법적으로나 상징적으로 큰 권력을 가진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직장에 소속된 ‘직장인’이다.
대다수의 정치인은 정당이라는 조직에 의해서 입직을 하고 이후 소속된 직장(기관)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은 항상 유권자라는 고객을 만나며, 법과 제도라는 규범 속에서 일한다. 이 단순한 진실을 잊을 때, 정치인은 길을 잃는다.
정당과 소속기관은 정치인의 직장이며, 그 존재 기반이다. 특히 한국의 정당은 너무 자주 사라지고 쉽게 바뀐다. 수명이 짧은 정당은 정치인의 성장을 돕지 못한다. 역사와 철학, 인재양성 시스템이 뿌리내린 정당이 있어야만 진정한 정치인이 자란다. 또한 한국은 영국의 보수당, 미국의 민주당처럼 정신과 이념이 그나마 영속되는 정당이 없다.
물론 한국전쟁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휴전의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진로와 욕구를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정당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동일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기업과 정치 영역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인과 노동자는 국경을 초월하여 세계 1등 기업과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자존심의 문제를 넘어 작금의 정당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피와 땀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국민에게 절대로 보여주어서는 안 될 모습이다.
또한 한국은 막강한 대통령제와 뿌리 깊은 양당 위주의 의회정치로 인해 정당의 조직관리는 선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적, 조직적 환경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표’와 정치인 개인의 이력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과 국가를 조망하면서 정당조직을 건설했더라면 당내 성장 가능성이 큰 다양한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실패와 경력단절이라는 아픈 이력을 안겨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 개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역량에 맞는 직장(조직)을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은 입직도 중요하지만 입직 후 적응과 성과를 위해서 무엇보다 개인의 정치력과 역량이 중요하다.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과 개인의 역량에 차이가 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입직 과정상의 낙마는 물론 입직 이후에도 경력관리상 경력단절, 성과 및 적응력 부족 등 본인은 물론 소속된 조직에게도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따라서 지방의회, 지자체, 국회, 광역단체, 중앙부처, 대통령 등 다양한 조직의 수준과 직책의 역량을 고려해서 대상을 선택하고 입직의 기회를 보아야 한다. 물론 파생직업을 통해 계단식 경력관리를 도모하는 정치인도 있다. 협회장, 공공기관장, 대학 총장, 재야단체장 등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조직 속에서 커리어 패스를 통해 계단식 경력관리를 도모하는 것 또한 정치인의 경력관리기법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정치인은 정당의 기능이 약해지거나 무너질 때, 정치인은 개인기와 이미지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이는 민심이 가득한 현장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만 정치적 ‘쇼’를 하며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반면 긴 호흡으로 정치인을 키우는 조직은 개인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마치 한 명의 지도자를 세우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리더십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2. 정치인의 일
정치인은 일을 할 때 3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바로 3직관리, 성과관리, 인간관계를 말한다. 우선 3직은 직무, 직급, 직책으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직무와 조직에서 부여된 직급과 직책을 말한다. 또한 직무는 3가지 관리요소가 있는데 조직, 고객, 사회적인 측면으로서 조직적인 측면은 조직(정치인이 소속된 조직)이 제시한 직무수행(범위)에 충실히 임해야 한다.
나아가 고객의 측면은 유권자인 국민의 입장을 고려해서 직무수행을 해야 하며 사회적인 측면은 법과 상식에 기초한 직무수행을 말한다. 정치인은 출입문을 여는 순간부터 대중의 시선을 받게 된다. 어떤 자리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이 제시한 직무수행범위, 국민, 법과 상식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두 번째, 성과관리는 2가지 관점이 중요하다. 하나는 개인 진로상의 관점과 조직의 관점이다. 이 두 가지의 고려요소를 잘 고려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성과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조직에 기여한 성과보다 개인의 성과가 낮으면 순간적으로는 조직이 좋아할 수 있으나 개인의 지속가능한경력관리(Sustainability Career Management)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인은 대중이 예측 불가능한 성과 즉 히든카드가 몇 장 필요한데 이 히든카드는 조직의 입장에서는 다수의 정치인 모두에게 부여할 수 없으므로 개인이 직무상의 성과에 의해 히든카드를 연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역으로 개인의 성과는 높으나 조직에게 기여한 성과가 낮다면 조직내 직급, 직책을 확보하는데 문제가 된다. 정치인으로서 조직내 직급과 직책 즉 타이틀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경력관리의 포인트로서 조직내 직급과 직책은 지역, 국가, 국제사회 등 지정학적으로 정치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역할의 기본적인 토대이자 개인 커리어브랜드의 핵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경력관리상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복잡하지만 단순하다. 정치인의 인간관계는 특정한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 보다 개인의 정치력과 정치적 역량이 곧 관계력의 기준이 된다. 즉 단순한 '충성'과 '라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력의 본질은 관계의 기술보다 자기역량의 깊이다. 역량을 가꾸는 사람에게만 진짜 인연이 찾아 온다.
하수(下手)는 사람만 보고 고수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듯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역량을 꾸준히 갈고 닦아 차별화된 커리어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관계력은 물론 지속가능한경력관리에 도움이 된다. 즉 정치인에 있어서 인간관계의 출발과 끝은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역량개발의 기반 위에서 유지될 수 있다. 그것이 곧 관계력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정치력은 물론 국민과 조직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3. 정치인의 사람관리
사람을 잘 선택하는 기술이야말로 정치인 경력관리의 방점이 아닐 수 없다. ‘헬무트 콜(Helmut Kohl)’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당시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콜은 내 인생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콜은 동독에서 활동한 무명의 정치인 메르켈을 통일 후 독일의 정치무대에서 급성장하게끔 도와준 사람이었다. 이후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정치계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글러벌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필자는 업무상 또는 지인 관계상 다수의 정치인과 소통을 해왔다. 당대표, 대선후보, 정당의 상임고문, 다선의원, 광역단체장 등 다양한 정치인과 만나왔다. 여기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정치인들의 대화 소재는 단연 ‘정치적인 인연’이다. 정치인들은 각자의 영향력이 큰 특징으로 인해 좋은 인연이면 큰 시너지가 나지만 그렇지 않은 인연이라면 양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그래서 정치인은 성공, 의리, 배신 등 정치인들이 말하는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모든 정치인은 입직을 하기까지는 사람을 잘 선택한 결과이다. 과정상의 선택이 정치인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효과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또한 정치인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잘못 선택한 결과 경력관리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 사실로서 사람은 비교적 강자에게 충성하는 성질로 인해 정치인 주변에는 그 속을 모르는 사람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또한 멀리 보며 서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며 서로 간의 커리어를 도모하는 ‘운명적 동지’를 만나야 한다. 또한 그러한 무리를 모아 하나의 조직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성현(聖賢)의 말씀처럼 사람은 본인이 노력한 만큼 상대방이 보이기 마련이며 또한 도전과 역경을 통해 성장한 이력만큼의 인물이 보이기 마련이다.
<왜 정치인의 경력관리가 국가의 미래인가?>
오늘날 우리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빅데이터, 가상현실, 빅블러의 경제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정치인은 더 이상 ‘직업 정치인’만으로 구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기반으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025년의 한국정치는 ‘정치가 직업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한때 정치를 선택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제 정치인의 경력관리는 곧 국가의 전략이어야 한다. 지도자를 잘 키우는 사회, 잠재력을 끝까지 이끌어주는 정치 시스템, 성과보다는 사람을 우선하는 조직문화! 이 모든 것이 함께 할 때,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바로 우리 곁에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이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고 국민도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2025년도! 정치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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