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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만님(신부님) / 사목 40년을 보낸 한 사제가 바라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복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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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5-02 08:33 조회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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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의 진로 앞에 선 위기

 

사제로서 40년간 신자들과 함께 살아오며, 이 땅의 눈물과 기쁨을 함께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위기 속에 서 있습니다. 정치적 양극화는 이웃과 가족, 공동체를 찢어놓고 있으며, 세대 간과 진영 간의 대립은 우리의 일상 언어와 관계마저 파괴하고 있습니다.

 

가치관과 정체성의 혼란은 사회 전반에 불안을 키우고, 생명의 존엄은 점점 잊혀져가며,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 대한민국의 자존감도 흔들리고 있는 이때, 저는 이 나라의 방향을 놓고 깊은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국민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환멸과 공동체적 비전에 대한 상실입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정쟁의 중심에 선 이들을 바라보며, 더 이상 누구를 신뢰해야 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사회 전체가 길을 잃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2.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저력을 지닌 민족입니다. 한국전쟁의 잿더미 위에서도, IMF의 거센 파도 속에서도 우리는 이웃을 붙잡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빛을 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픈 이를 보살피며,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이웃에게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안에 저는 하느님의 손길을 봅니다. 이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 땅의 보이지 않는 선함과 끈기, 그리고 기도하는 이들의 눈물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3.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도전과 복원의 길

 

(1) 국민 통합을 위한 화해와 경청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 되는 마음입니다. 서로를 향한 냉소와 증오 대신, 다름을 인정하고 경청하는 용기가 절실합니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진심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화해와 통합의 정치로 돌아서야 합니다. 언론과 교육은 분열이 아닌 이해와 공존을 가르쳐야 합니다.

 

(2) 정책 중심의 실용 정치와 공공성 회복

정치가 국민의 고통 앞에 무력해져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정당과 이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과 문제 해결 능력이 평가받아야 할 때입니다. 일자리, 교육, 복지, 주거 문제는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입니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말이 아닌 행동, 약속이 아닌 실천입니다.

 

(3) 창조 경제와 미래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우리는 이제 단순한 모방과 추격에서 벗어나, 세계를 이끄는 창조국가로 도약해야 합니다. K-컬처가 보여준 상상력은 이제 정치와 산업, 교육의 영역에서도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다시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입니다.

 

(4) 생명 존중과 인간 중심의 사회

모든 정책과 문화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합니다. 생명의 가치는 그 어떤 경제적 효율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자살 예방, 돌봄 체계 구축, 사회적 약자 보호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바로 그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일 것입니다.

 

(5) 신앙인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

사제인 저는 교회가 더 이상 세상과 떨어진 곳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에서 길을 찾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신앙인은 단지 기도하는 자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기꺼이 고통받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정치에 기대지 않고,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 안에서 세상을 분별하고, 연대와 회복의 불씨가 되어야 합니다.

 

4. 우리가 함께 세워갈 새로운 길

 

이제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문을 열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변화는 두렵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더 많이 가지는 나라가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는 나라가 되기를. 더 빨리 가는 나라가 아니라, 더 함께 걷는 나라가 되기를.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믿습니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서로의 손을 붙잡을 때 시작됩니다. 갈등을 넘어 화해로, 두려움을 넘어 신뢰로, 냉소를 넘어 연대로 나아가는 그 길 위에 우리가 함께 서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미카 6,8)

이 말씀이 대한민국의 모든 이에게 길이 되고,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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